배 혜 경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에 대해 그 분들이 여러 표현을 쓰십니다. 예를 들어, 선한 인상이다, 늘 웃어 행복해 보인다,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으시지만) 딱딱하고 비판적이다, 등.

놀랍게도 각 학부모님의 저에 대한 이미지는 제가 그 분 자녀에 대해 가지는 것과 일치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저는 아이들을 만날 때 나 자신을 벗어놓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고, 아이가 괴로우면 나도 괴롭습니다. 내가 아이들의 거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내가 선해 보인다면 아이가 선한 것이고,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 아이가 행복한 것입니다. 내가 딱딱하고 비판적이라면 그 아이가 비판적인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그들이 맞이할 세상을 미리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나에게 특히 호의적이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중립적이며,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상은 나의 거울입니다. 내가 한 대로 나에게 돌려줍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 호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내 아이를 차갑게 대할 때 부모는 아이의 편에 서서 세상을 비난하려고 하기 쉽습니다. 어떤 부모가 내 아이가 냉대 받는다는 생각에 마음 아프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때 생각해야 할 것은 나를 냉대한다고 세상을 비난할 때 내가 비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이며, 그것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용기 있는 부모는 자신을 비우고,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는 부모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를 통해 자신을 본 아이는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것만이 호의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는 유일한 사람인 부모의 호의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